
포항은 바다의 도시이자 미식의 고장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독창적인 조리법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겨울철의 별미 과메기와 여름철의 시원한 물회는 포항을 대표하는 두 가지 향토음식으로, 그 속에는 바다의 정취와 지역민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포항의 음식 문화, 전통, 그리고 미식적 가치까지 깊이 있게 다뤄본다.
바다의 향기와 사람의 손끝이 빚은 도시, 포항
포항은 대한민국 동해안의 중심이자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도시다. 아침이면 포항 구룡포항과 죽도시장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상인들의 외침, 얼음 위에 놓인 은빛 생선들의 반짝임은 이곳의 일상이며 동시에 포항의 미식 문화를 상징한다. 바다는 이 도시에 생명력을 부여했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맛과 문화를 만들어냈다. 포항의 음식은 단순한 지역 특산물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생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단연 과메기와 물회가 있다. 과메기는 겨울의 찬 바람과 맑은 공기가 만들어내는 음식이다. 원래 청어를 말리던 전통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꽁치를 주로 사용하지만, 그 제조 방식과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겨울철 동해의 차가운 바람은 과메기를 자연스럽게 숙성시키며, 그 과정에서 고소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완성시킨다. 이처럼 포항의 과메기는 단순히 말린 생선이 아니라, ‘기다림의 미학’을 담은 전통 음식이다. 반면 여름의 대표 음식인 물회는 바다의 생기를 그대로 담은 요리로, 차가운 얼음 육수와 신선한 회,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져 무더위를 잊게 만든다. 두 음식 모두 자연의 계절감과 인간의 손맛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포항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포항의 미식은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역의 역사, 생활, 그리고 환경이 빚어낸 하나의 문화적 예술이다. 어업이 발달한 도시답게 포항의 음식은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의 식탁은 늘 ‘신선함’과 ‘정직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포항 사람들에게 음식은 생계의 수단이자 자부심이며, 매년 열리는 과메기 축제와 물회 축제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바다와 긴밀히 이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이다.
과메기와 물회, 포항의 바다를 품은 두 가지 맛
포항의 대표적인 음식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과메기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겨울 별미다. 특히 ‘구룡포 과메기’는 그 품질과 맛에서 독보적이다. 신선한 꽁치를 손질해 바닷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고, 자연 건조 과정을 거치면 겉은 살짝 마르지만 속살은 촉촉하게 남는다. 이때 완성된 과메기는 바다의 향과 고소한 지방의 풍미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진한 감칠맛을 남긴다. 과메기를 먹을 때는 김, 미역, 마늘, 고추, 쌈장, 그리고 배추잎에 싸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차가운 소주 한잔과의 조합은 겨울 포항을 대표하는 정취로 여겨진다.
과메기의 유래는 단순한 저장식품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포항의 상징이자 관광자원이 되었다. 매년 겨울 구룡포항에서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축제’가 열리며,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와 직접 과메기를 맛보고 구매한다. 이는 단순한 음식 축제를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최근에는 포항 과메기가 진공 포장되어 전국으로 유통되면서, 계절을 넘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여름철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물회다. 포항의 물회는 신선한 회를 얼음 육수와 함께 즐기는 독특한 음식으로, ‘시원함’과 ‘상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 육수는 새콤달콤한 맛을 내며, 여기에 얇게 썬 오이, 배, 미역, 무채 등의 채소가 어우러져 식감이 풍부하다. 물회의 핵심은 신선도다. 바다에서 갓 잡은 회를 바로 썰어 넣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고, 오히려 바다의 청량한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포항에서는 일반적인 회물회 외에도 문어물회, 멍게물회, 해삼물회 등 다양한 변형 메뉴가 존재해, 계절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포항의 음식 문화는 과메기와 물회 외에도 다채롭다. 대게찜, 해물탕, 물곰탕, 오징어회, 성게비빔밥, 해초무침 등은 포항을 대표하는 또 다른 별미들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포항운하’ 근처나 ‘영일대 해수욕장’ 주변의 해산물 식당에서 신선한 회를 바로 즐길 수 있어, 맛과 풍경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포항의 식당들은 대체로 오랜 세월을 이어온 가족 중심의 운영이 많아, 세대를 거쳐 내려온 전통적인 손맛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요리가 아닌, 지역의 정서를 담은 ‘생활의 음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포항의 바다에서 태어난 음식, 그 끝없는 여운
포항의 음식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맛의 세계를 넘어선다. 그것은 바다와 사람, 그리고 계절이 함께 만든 ‘문화적 산물’이다. 과메기의 진한 풍미 속에는 겨울 바다의 차가움과 기다림이 담겨 있고, 물회의 청량한 시원함 속에는 여름 바다의 생동감이 깃들어 있다. 포항의 음식은 한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며, 그 맛을 통해 우리는 포항이라는 지역이 걸어온 시간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오늘날 포항은 단순히 산업도시로만 인식되던 이미지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미식 도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포항의 식문화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발전하고 있으며, 지역 특산물과 관광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셰프들이 전통적인 과메기와 물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면서, 포항의 음식이 한층 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결국 포항의 음식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바다가 주는 신선한 재료를 사람의 손끝으로 다듬어내며, 그 속에 지역의 역사와 정서가 담긴다. 여행자가 포항을 찾는다면, 반드시 이 바다의 맛을 직접 경험해보길 권한다. 한입의 과메기와 한 그릇의 물회 속에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포항이라는 도시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바다의 향기를 입안 가득 느끼며, 진짜 ‘포항의 맛’을 만나는 순간, 그 여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