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도는 푸른 남해의 품 안에서 바다와 산이 빚어낸 천혜의 식재료로 풍요로운 미식 문화를 이룩해왔다. 도다리쑥국, 멍게비빔밥, 굴전, 물메기탕 등은 이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연과 전통의 조화를 담은 거제의 향토음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문화사이다.
남해의 보석, 거제도의 음식문화가 가진 특별함
거제도는 경상남도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이자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루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그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했다. 거제도의 음식은 단순히 지역의 먹거리 그 이상으로, 세대를 이어온 전통과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거제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바다와 함께였다. 거센 파도와 맞서며 생계를 이어가던 어민들은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하여 특유의 조리법을 발전시켰다. 그 과정에서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어주는 문화적 끈이 되었다. 특히 계절마다 다른 해산물을 중심으로 식탁이 바뀌는 것은 거제의 음식문화가 자연의 흐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봄에는 도다리쑥국이, 여름에는 멍게비빔밥이, 가을에는 전어회가, 겨울에는 물메기탕이 식탁을 채운다. 각각의 음식은 그 계절의 바다를 대표하며, 거제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일부이자 자부심의 상징이 된다. 이렇듯 거제도의 향토음식은 지역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화적 상징물로, 오늘날에는 미식 관광의 주요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의 풍요로움을 담은 거제의 대표 향토음식
거제도의 향토음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도다리쑥국’이다. 봄철 도다리가 제철을 맞는 3~4월, 해안가와 들판에 돋아나는 향긋한 쑥을 함께 넣어 끓여낸다. 담백한 흰살 생선의 맛과 쑥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진 국물은 봄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도다리쑥국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거제의 봄을 알리는 풍습과도 같다. 지역 주민들은 봄이 오면 가족과 함께 도다리쑥국을 먹으며 계절의 변화를 맞이한다. 여름철의 대표 음식은 ‘멍게비빔밥’이다. 거제 앞바다에서 갓 잡은 멍게를 깨끗이 손질해 고추장 양념과 참기름, 채소, 김가루와 함께 비벼낸다. 멍게의 특유한 향과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며, 한입만 먹어도 푸른 남해의 풍경이 그려지는 듯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멍게비빔밥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멍게덮밥’이나 ‘멍게파스타’ 등 퓨전 메뉴도 등장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굴전’ 또한 거제의 명물이다. 특히 겨울철 거제 굴은 신선하고 육질이 단단해 풍미가 깊다. 부드럽고 짭조름한 굴을 밀가루와 달걀옷에 입혀 노릇하게 부친 굴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별미로, 거제의 대표 겨울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 굴전은 보통 막걸리 한 잔과 함께 곁들여 먹으며,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 속에 따뜻한 온기를 더해준다. 이 밖에도 거제에는 다양한 해산물 음식이 존재한다. 물메기탕은 겨울철에 즐겨 먹는 해장국으로, 담백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또한 전어회는 가을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신선한 전어를 뼈째 썰어 고추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음식들은 계절마다 식탁 위의 풍경을 바꾸며, 거제의 사계절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거제도의 음식이 특별한 이유는 ‘정직한 맛’에 있다. 화학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기본이다. 이는 오랜 세월 이어온 거제 사람들의 조리 철학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거제도의 향토음식이 전하는 문화적 가치와 미래
거제도의 향토음식은 단순히 지역의 맛을 넘어, 한국 음식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그것은 바다와 사람, 계절과 전통이 만들어낸 조화의 결과이며, 세대 간 기억을 잇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오늘날 지역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여행객들이 단순한 관광을 넘어 ‘맛으로 경험하는 거제’를 찾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미식 관광이 각광받고 있다. 거제시에서는 지역 어민, 농민, 요리사들이 협업하여 향토음식을 브랜드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보존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거제 도다리축제, 멍게축제 등은 이러한 움직임의 대표적인 예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직접 음식을 체험하고, 현지 어민들과 교류하며 지역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거제도의 향토음식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문화적 자산이다. 지역 주민들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전통의 맛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거제의 정체성’으로 남는다. 앞으로도 이 음식들이 전통의 틀 안에서 새로운 조리법과 식문화로 발전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거제의 매력을 알리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 결국, 거제의 한 그릇에는 단순한 맛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그것은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 그리고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손맛의 기록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오르는 도다리쑥국 한 그릇은, 거제의 바다와 삶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준다.